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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로의 진실된 삶 얘기하면…혐오도, 차별도 사라지겠죠

낭독극 <세 번째 얼굴> 배우와 스태프가 지난 1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다사랑운동본부 활동실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낭독극 <세 번째 얼굴> 배우와 스태프가 지난 1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다사랑운동본부 활동실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한국 청년 예술가들과 작업
‘저임금 비정규직 여성’ 그려

한국·중국어 쓰지만 한민족
“서로 이해하는 계기 됐으면”

서울 금천구 독산동의 한 모텔 지하실. 낭독극 <세 번째 얼굴>의 연습 공간이다. 지난 11일 오후 6시, 배우들이 하나둘 도착한다. 20~30대인 한국인 청년 예술가들과 40~60대의 중국동포 여성들이다. “일이 너무 바빠. 신경이 보통 쓰이는 게 아니야.” 남규리씨(42)가 연습실에 들어서며 하소연했다. 주머니에서 안경상자를 꺼낸다. “대본이 잘 안 보여 돋보기 가져왔지.” 대본은 형광펜 표시로 가득하다.파워볼사이트

“체온부터 재겠습니다.” 총연출을 맡은 작가 김주희씨(29)가 배우들 이마에 체온계를 들었다. 탁자 위엔 커다란 물통과 노트북, 간식과 대본이 올려져 있다. 배우의 몸동작이나 별다른 소품 없이 진행하는 낭독극에서 탁자는 무대나 마찬가지다. “아, 창용 역은 임범규 연출이 맡기로 했어요.” 창용의 대사는 모두 중국어다. 임씨(33)가 어렵게 외운 중국어 대사를 자신 있게 읊자 모두 크게 웃는다.

<세 번째 얼굴> 주인공은 30대 비혼모인 한국 여성 ‘인아’와 40대 중국동포 여성인 ‘소분’이다. 인아는 10대 딸 ‘혜지’를 홀로 어렵게 키우며 산다. 소분의 10대 아들 ‘창용’도 한국 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들은 오해하고 갈등하다 이해한다. 서로에게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한다. 두 사람 다 가장이자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다.

20~30대인 청년 예술가들은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 중국동포들과 만났다. 배우로 참여한 중국동포 여성들도 연기가 처음이다. 이들은 함께 대본 연습을 한다. 웃고 떠들고, 간간이 서로의 삶을 이야기했다. 진실을 녹인 연극의 한 장면 같았다.

<세 번째 얼굴>은 김씨가 기획한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프로젝트 중 하나다. 각각 한국어와 중국어를 쓰지만, 한민족이란 뜻의 제목이다.

동작구 신대방동에 사는 김씨는 종종 중국동포 이웃과 마주쳤다. 특유의 억양과 시원시원한 성격을 매력적으로 느꼈다. 차별과 혐오의 표적이 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도 느꼈다. 사회문제를 두고 당사자들 증언을 문학의 형태로 표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중국동포, 한부모가족,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등)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는 분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서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곧 막이 오른다.

■같은 얼굴에 같은 말 쓰며 곁에 사는데…아프다, 여전히 ‘다른 시선’

낭독극 ‘세 번째 얼굴’ 준비하는 2030 한국 예술가 4060 중국동포 여성…‘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프로젝트

낭독극 <세 번째 얼굴>을 연습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와 중국동포 여성들. 왼쪽부터 김주희, 민혜리, 남규리, 구영자, 김연순, 이인자, 우유진, 정연주, 임범규씨. 김창길 기자
낭독극 <세 번째 얼굴>을 연습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와 중국동포 여성들. 왼쪽부터 김주희, 민혜리, 남규리, 구영자, 김연순, 이인자, 우유진, 정연주, 임범규씨. 김창길 기자

김연순(64) “한국서 20년 살았어도 다른 게 느껴져요”

1998년 한국에 왔다. 고향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치치하얼시다. 한국에 형제가 살았다. 귀화해 국적을 얻었다. 20년 넘게 살았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은’ 하고 이야기하는 습관이 있다. ‘꿈이 뭐냐’고 물으면 “이 나이에 무슨 목표가 있냐”며 웃는다. 자녀 또래 한국 배우들과 연습할 때 나눠 먹을 걸 챙겨온다. 식당을 경영하는 ‘미자’ 역을 맡았다. 새벽 4시 집을 나서 오전 6시까지 청소 일을 한다. 오전 내내 요양보호사로 활동한다. 오후 8시 반이면 잠자리에 든다. 연습 날 자정 넘어 잠들기도 한다.파워볼엔트리

#차이

“한국에 와서 식당, 간병인 안 한 일이 없어요. 이제는 오전에만 일해요. 오래 살았지만 다른 게 왜 없겠어요. 느껴지지요. 교포는 교포니까요. 모르는 점도 있고 나라랑 문화가 다르니까요. 조선족을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싸가지 없다, 소리 지른다, 자기 생각만 한다’고요.”

#이해하기

“작가님한테 연락이 와서 만나보기로 했는데, ‘이러다 말겠지’ 했어요. 작가님이 자상하게 조곤조곤 말해주니까 조금 마음이 끌리면서도 할까 말까 망설였어요. 다들 모여서 한국 와 어떤 애로를 겪었는지 이야기하고, 또 서로 듣다 보니까 기분이 좀 괜찮아졌어요. 다른 분들도 마음이 붙게끔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극 중 식당 직원들이 회식하는 장면이 나와요. 마음속 말을 하잖아요. 투정 부리고 챙겨주네 마네 하지만 누군가 아프면 달려가잖아요. 배우나 작가 선생님들과도 실제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야기하다보니까 ‘연극을 해도 괜찮겠다, 할 바에는 조금 노력해서 하자’ 그런 마음을 먹었어요.”

정연주(36) “배우 13년차…새로운 모습 느낄 좋은 기회”

“이제 못하겠어요.” <세 번째 얼굴> 연습이 시작되면 30대 비혼모 ‘인아’ 역을 맡은 배우 정씨의 대사가 먼저 울린다. 전문 배우의 훈련된 목소리가 연습실 공기의 질감을 바꿔놓는다. 13년차 배우다. 2008년부터 7년간 극단 소속으로, 이후 프리랜서로 활동한다. “힘들 때가 많죠. ‘이래서 연극을 하는구나’ 하는 답을 계속 찾아가고 있죠.” 대화 목소리도 깊고 울림이 컸다.

#첫 연극

“처음 연극을 접한 건 고교 2학년 때였어요. 대학로에 처음 갔어요. 그날 본 공연이 아직도 기억나죠. ‘극단 여기’의 <시유어겐>(時遊. again)이었어요. 소극장을 나설 땐 눈이 내렸는데, 연극 내용과 눈 내리던 거리의 분위기가 따듯하고 좋았어요. 청소년 극단에 지원했죠. 오랜 시간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선생님들과 함께 일해보는 기회는 흔치 않은 일이에요. 저에겐 새로운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이야기

“ ‘인아’는 10대 딸을 홀로 키우다 조선족 여성들과 만나게 돼요. 처음엔 인아가 친절한 사람이라고 봤는데, 지금 드는 생각은 악착같이 살아오면서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가진 인물인 것 같아요. 대본을 읽다 보면, ‘소분’이나 ‘미자’ 모두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다 인아가 쓰러져 입원하자 다들 어머니, 언니처럼 달려와 병문안도 하고 챙겨주죠. 그러면서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비혼모라서, 조선족이라서라기보단요.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이야기, 인간이라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같아요.”

이인자(62) “돈 욕심 없어…노래하고 콘서트 여는 게 꿈”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도 노래를 즐겨 부른다. 직접 만든 노래에 관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가수가 되고 싶어 한국에 왔다. 인터넷으로 노래대회를 찾아 신청한다. 예술을 하고 싶어 낭독극에 참여했다. 직접 지은 노래가 공연 당일 함께 열리는 전시 ‘길’에 나온다. 극중 딸인 ‘소분’을 두고 한국으로 떠났던 ‘필례’ 역을 맡았다.

#노래

“마흔 살이 좀 넘어서부터 노래를 했어요. 환갑잔치 같은 데서도 노래하고 그랬거든요. 천성적으로 노래를 좋아해요. 좋아하다 보니까 노래를 하게 됐고 예술을 하게 되고 그랬죠. 음악 지식은 따로 안 배우고 혼자서 공부했어요. ‘도레미’ 악보 그리는 법이나 작곡하고 노래하는 법을 연습했지요.”

#꿈, 콘서트

“중국 옌지에 투먼이라는 데가 고향이에요. 한국에 온 게 2년이 안 됐어요. 이전에는 여행비자로 3개월 정도 왔다 갔다 했어요. 음악·예술 대회 같은 것 찾아보고 노래자랑에 나가고 그러려고 왔던 거예요. 지금은 장애인 도우미 일을 하고 있어요. 월세 내고 밥 먹고 하는 정도만 벌어요. 돈을 벌자는 욕심이 크게 없어요. 꿈이 있죠. 노래하고 싶은 거, 콘서트 여는 게 꿈이에요. ”

우유진(28) “연변 말투는 우스꽝스럽다 오해 했었죠”

‘인아’의 딸인 10대 ‘혜지’ 역을 맡았다. 서먹한 순간마다 분위기를 밝게 만든다. “방황의 시기”를 보낸 뒤 2016년 첫 공연을 하며 연기 생활을 이어간다.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다고 했다. 배우 모집 때 한번도 맡아본 적 없는 중국동포 여성 역할을 맡게 될지 몰라 기대했다. “연극은 사람을 밑으로 늘려주고, 옆으로 넓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드라마

“선생님들이랑 처음 만날 때는 긴장도 되고 좋게 보이고 싶어서 밝은 옷을 입고 갔어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엄마 같고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저희 이야기를 궁금해하셔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길어졌죠. 선생님들이 연기를 하게 되고 대사를 하는 이 모습 자체가 드라마죠. 선생님들이 처음에 연기를 어려워하셨는데 계속해서 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어요. 대본 텍스트가 그저 대사로 들리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이야기처럼 할 때 놀라워요. 오히려 제가 너무 연극적으로 할까 걱정돼요.”

#연변 말투

“미디어에서는 ‘연변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표현하잖아요. 저도 그런 편견을 가지거나 오해를 했던 것 같아요. 연순 선생님은 한국에서 오래 사셨고 말투도 완전 한국 억양이에요. 그 말투가 남은 분도 있는데,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미디어에서 봤던 것과는 달랐어요.”

#어두운 거

“연순 선생님에게 ‘좋아하는 색깔이 뭐예요’하고 물었을 때가 생각나요. 답을 못하시더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글쎄 그냥 어두운 거’ 이러시더라고요. 마음이 되게 그랬어요. 좋아하는 색깔이라는 건 흔한 질문이잖아요. 선생님이 ‘처음에 한국에 와서는 눈만 뜨면 일만 했다’고 하신 게 생각도 나고요. 이제는 점점 밝은색 옷도 입으시고 머리에 포인트도 주고 하면서 제가 오히려 기분이 좋아져요.”

연기가 처음인 중국동포 여성들은 대본에 형광펜을 칠해 가며 연습했다. 전현진 기자
연기가 처음인 중국동포 여성들은 대본에 형광펜을 칠해 가며 연습했다. 전현진 기자

남규리(42) “대사 읽기만으로 만족했지만 지금은 열정적”

중학생 때 1000명쯤 되는 학생들 앞에서 전통춤을 혼자 췄다. 무대에 오르는 건 자신있다. 무역업을 오래 하면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일하는 태도를 익혔다. 한국에 와서도 무시받은 기억이 없다. 당차고 자신감이 넘친다. 10대 아들을 홀로 키우는 40대 여성 ‘소분’ 역을 맡았다. 인아와 소통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파워볼게임

#책임감

“가족들은 1991년 한·중 수교 전에 한국에 갔어요. 헤이룽장성 무단장(牡丹江)이 고향인데 그때 우리 동네에 한국 열풍이 불었거든요. 돈 벌 수 있는 사람들은 다 한국에 갔을 때예요. 주말마다 동네 언니들끼리 지냈죠. 동네 할머니들이 밥해주고 그랬어요. 지금이랑 달리 전화 통화도 어려웠어요. 동네에 전화가 한 대밖에 없었어요. 한국에 간 가족들도 늘 긴장하며 살고 그랬어요. 한 달에 한 번 전화가 오면 ‘우리 집 기둥이 너다’하고 그랬어요. 책임감이 무거웠죠.”

#13년 떨어져 산 엄마

“ ‘소분’ 역할은 은근히 감정 표현이 어려워요. 남들에게는 친절한데 중국에 있는 엄마하고는 무뚝뚝해요. 후에 가서는 조금 마음의 문을 열고 그러는데 여전히 서먹한 것 같아요. 엄마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런 감정은 겪어보지 못했어요. 저는 안 그랬거든요. 저도 어렸을 때 엄마랑 13년 동안 떨어져서 살았어요. 오랜만에 봤을 때 서먹하지 않았어요.”

#열정

“처음에는 내 차례에 맞게 대사를 읽는 것만으로 만족했어요. 지금은 나름대로 감정을 이해해서 표현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잘 이해가 안 되면 직설적으로 묻는 편이에요.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않아요. ‘이런 감정이다’ ‘저런 감정이다’ 물어보고 이야기해요. 잘될 것 같아요. 다 열정적으로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목소리랑 태도도 달라지고 있어요. 긴장하지만 않으면 잘할 것 같아요. 잘해야죠.”

작곡가 민혜리씨와 배우 정연주, 우유진씨(왼쪽부터)가 중국동포 여성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작곡가 민혜리씨와 배우 정연주, 우유진씨(왼쪽부터)가 중국동포 여성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보며 신기해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민혜리(31) “조선족은 위험…잘 모르고 편견 있던 것 같아”

작곡가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국동포 여성 목소리를 담은 사운드 전시와 낭독극의 배경음악 등을 담당한다. 극 흐름과 배우들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하려고 대본 연습도 놓치지 않는다. 연출가 출신인 그는 김주희 작가, 임범규 연출가와 함께 창작단체인 ‘프로젝트 1인실’에서 활동한다.

#위험?

“조선족 선생님들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알게 모르게 사소한 편견이 있던 것 같아요. 관심이 적어서 잘 모르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고요.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됐다고 주변에 이야기하면 ‘위험한 거 아니냐’ ‘괜찮은 거냐’ 같은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조선족이라는 말만 들어도 그런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엄청나게 큰 편견이 흔하게 있다고 생각해요.”

#변화를 보다

“코로나19로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가 격상됐잖아요. 작은 공연장에서 한정된 인원을 상대로 공연하는데, 여러 걱정이 돼요. 잘되면 좋겠어요. 선생님들이 처음엔 대본을 국어책 읽듯이 하셨는데, 그 의미를 이해하다 보니 이제는 입에 붙게 말하시는 것 같아요. 대사도 자연스러운 자신의 말투로 수정하고요. 처음에는 전문배우도 아닌데 망신당하는 거 아니냐고 두려워하셨는데, 이제는 저희보다 더 힘이 넘쳐요. 적극적으로 변하셨어요.”

#관객의 입장이 되어보기

“선생님들이 전문배우가 아니니까 처음에 연극 특성을 설명해 드리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어요. 그런데 많이 배운 점도 있어요. 같은 일을 비슷한 사람들과 계속하면 틀 안에 갇히게 되죠. 선생님들은 저희와 다른 시각으로 보시는 것이 있어요. 일반 관객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제 바깥쪽에서 새로운 걸 가져오는 게 더 창조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봐요. 전시와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편견을 없애는 데 도움되길 바라요.”

■두 땅 넘나들며 살아온 생생한 목소리…이젠 ‘편견의 벽’ 넘어주세요

연출가 임범규씨가 중국어 대사의 발음을 한글로 적어놓은 대본을 읽고 있다. 전현진 기자
연출가 임범규씨가 중국어 대사의 발음을 한글로 적어놓은 대본을 읽고 있다. 전현진 기자

임범규(33) “연출자로 내 안의 편견에 죄송한 마음 들어”

연출가다. 중도입국 자녀인 10대 ‘창용’ 역을 맡았다. 극중 대사가 모두 중국어다. 중국어를 할 줄 몰라 발음을 한글로 적어두고 손을 휘저으며 대사를 읊었다. 배우 출신이다. 연출가가 된 건 3년 정도 됐다. 이전에는 탭댄스를 췄다. 너무 배고파서 춤은 그만뒀다. 무대에서 지내며 살고 싶다는 마음에 연극을 시작했다.

#사과

“작업 초반 조선족을 이해하려고 공부하면서 편견의 벽이 많이 무너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면서는 친근해진 느낌이에요. 프로 배우도 아니고 자유로운 언어(한국어)도 아닌데 대단한 것 같아요. 말투가 부끄럽다고 하시는데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씀드렸어요.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그냥 사투리 같아요. 대본 리딩 초반에 ‘그동안 편견 아닌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그냥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음을 흔들다

“소분 선생님(남규리씨)이 어릴 때 혼자 고향에 남겨졌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송금이 자유롭지 못해서 미국을 경유해 불편하게 돈을 받으면서 그걸 잘 보관해야 한다는 책임감 같은 것들이 쉽게 상상하기 힘들었어요. 어린 나이에 가족의 기둥이라는 압박에 부담감을 느끼고 돈뭉치를 들고 울며 힘들어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많이 갔어요.”

#배우의 덕목

“선생님들이랑 배역 이야기를 많이 해요. 캐릭터 마음 상태 같은 거요. 좋은 배우의 덕목 중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은 선생님들이 인물 개개인에게 집중해왔다면, 상대 배역과 마주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익히는 느낌이 들어요. ‘어 나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낭독극에 참여한 구영자(왼쪽), 이인자씨가 마스크를 쓴 채 연습을 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낭독극에 참여한 구영자(왼쪽), 이인자씨가 마스크를 쓴 채 연습을 하고 있다. 전현진 기자

구영자 (58) “달라지지 않는 차별…언젠간 돌아갈 것 같아”

‘연지’는 성격이 쾌활하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식당에서 일하기 전 제시한 근무 조건이 커피 마실 시간을 줄 것과 트로트나 드라마가 나오는 TV 채널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구씨도 음식을 하거나 설거지할 땐 항상 노래를 흥얼거린다.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김원중의 ‘바위섬’이다. 2009년 한국에 처음 왔다. 무역회사에 다니며 한국과 중국을 오갔다. 한국전쟁 때 중국으로 피란을 간 부모 덕에 한국어는 자연스럽다. 한국에 정착한 뒤 중국어 강사로도 일했다.

#코로나19

“차별은 많이 느끼죠. 구청에서 직업 소개해 주는 곳에 가도 중국인이고 한국 국적이 아니라서 안 된다고 하는 식의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코로나 지원금 주는 것도 그래요. 그거 다 세금으로 주는 거잖아요. 우리도 다 세금을 내고 있단 말이에요. 세금은 다 걷어가고 지원금은 중국인이라고 안 주고. 너무 많이 실망했어요. 그런 것도 차별이죠. 중국에 결국 다시 돌아갈 것 같아요. 여기는 물가가 비싸니까요. 중국보다 소비를 많이 해야 하니까 힘들죠. 중국에 가면 그래도 국적이 있으니까 비슷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소수민족이라서 차별은 있는데 그래도 별로 어려운 건 없어요.”

#배려하기

“연습 첫날 좀 당황했어요. ‘내가 잘할 수 있겠나’ 그런 느낌이 막 들었어요. 해보니까 재밌어요. 배울 점도 너무 많고 ‘오길 잘했구나’ 생각하게 돼요. 배우분들 보면 ‘어떻게 저렇게 현실적으로 잘할 수 있을까’ 하고 놀랐어요. 다들 아들하고 비슷한 나이인데, 기특하고 밝고 좋아요.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더라고요. 다들 멀리서 오고 힘들 텐데 너무 씩씩하게 항상 일찍 오고 고생한다고 먼저 인사해주고 그래요. 우리가 고생한다고 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김주희(29) “알아가려는 모습이 되레 상처 주지 않았으면”

책·논문 읽고 동포들 만나고
기록한 메모 기획 노트에 빼곡
동포들에 대한 인식 좋아지길

작가다. <세 번째 얼굴>의 대본을 쓰고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세 번째 얼굴>을 포함한 프로젝트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을 구상하며 4000원짜리 노트에 메모를 가득 남겼다. 다양한 책과 논문을 찾아 읽으면서 중국동포 문제를 미리 연구했다. 극 준비 과정에서 많은 걸 이해했다고 생각했다. 편견이 남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편견을 깨트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상대의 얼굴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한 경험. 이제는 상대를 더 알아가려는 모습이 도리어 대상화하고 상처를 파헤치는 건 아닌지 걱정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예술

“원래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졸업한 뒤 희곡을 하게 됐어요. 예술이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방향을 고민하는 작업이 많았어요. 뭔가 세상과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에 희곡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한강구조대의 이야기를 다룬 <마르지 않는 분명한 묘연한>이라는 작품을 가장 오래 쓰고 고쳤던 기억이 나요. 한강 입수 체험을 하는 곳에서 직접 경험해보기도 했어요.”

작가 김주희씨가 중국동포 배우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중국어 포스터.
작가 김주희씨가 중국동포 배우를 모집하기 위해 만든 중국어 포스터.

#여행자

“ ‘여행자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인생을 시나 일기로 써달라’는 부탁을 드린 적이 있어요. ‘더 바랄 게 없다’ ‘자식들 컸으니 꿈이 없다’는 분들도 있고,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고민한 분들도 있고…. 이땅 저땅 넘으면서 힘들게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신 분들도 있고요. 저희들에 관해 궁금해하실 수도 있어서 제비뽑기로 ‘버킷리스트’(하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를 말하기도 했어요. 서로 알아가면서 저희나 선생님들 모두 즐거워하셨어요.”

#미래를 그리다

“10월 중순쯤 선생님들하고 모였는데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과정이 있었어요. 마침 노래방 기계가 있어서 같이 노래도 부르고 그랬어요. ‘아리랑’이나 저희가 다 아는 그런 한국 트로트를 부르셨어요. 그래서 ‘노래방에서 부르는 노래까지 비슷하네’하고 이야기한 게 생각나네요. 이번 프로젝트로 동포분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쳤으면 좋겠어요.”

■청년 예술가들 프로젝트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중 하나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프로젝트는 낭독극과 전시로 이뤄진다.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프로젝트는 낭독극과 전시로 이뤄진다.

낭독극 ‘세 번째 얼굴’

중국동포 2~3세대들의 이야기
양덕자 다사랑운동본부 회장과
안순화 생각나무BB대표 큰 힘
사운드·아카이빙 전시도 함께

<세 번째 얼굴>은 출연자인 40~60대 중국동포 여성 3인의 경험담이 밑바탕을 이뤘다. 한국에 와서 어떤 일을 했는지, 가족과 떨어져 지낸 심정은 무엇인지 같은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만들었다. 등장인물의 상황과 성격이 배우들과 닮았다.

양덕자 다사랑운동본부 회장(사진)과 결혼 이주여성 지원 단체인 안순화 생각나무BB센터 대표 등 이주민 단체가 제작에 도움을 줬다. 작가 김주희씨는 안 대표 소개로 중국동포를 처음 만났다. 그는 책과 논문으로만 알던 중국동포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안 대표는 양 회장을 소개해줬다. 양 회장은 배우 섭외에 애를 먹던 김씨에게 단체 회원과 지인들을 소개해 배우를 모집할 수 있었다. 연습실로 쓰는 곳도 양 회장이 활동하는 다사랑운동본부의 활동실이다.

양 회장은 중국동포다. 2000년대 초 한국에 왔다. 한국전쟁 당시 부모와 열세 살, 아홉 살이던 오빠와 언니랑 헤어진 뒤 중국에서 지냈다. 한국에 정착한 중국동포들은 양 회장처럼 한국전쟁 때나 일제강점기 지금 중국 동북부에 자리 잡은 중국동포의 2~3세대 자녀들이다. 1990년대 한·중 수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국내에 들어왔다.

조선족 단체 다사랑운동본부 양덕자 센터장. 전현진 기자
조선족 단체 다사랑운동본부 양덕자 센터장. 전현진 기자

양 회장은 한국국적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처음에는 중국에서 왔다면서 경계하고 그랬는데, ‘우리가 조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코로나19에 걸리면 손가락질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한다”면서 “이렇게 연극을 함께 준비하며 알아가는 것처럼 한국 사람들하고 동포들이 서로에 대한 인식을 고쳐가면 좋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출신지에 따라 미국이면 ‘오~’ 하고, 중국이면 ‘우~’ 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배경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어디에서 왔든 현재 모습 자체를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동등한 위치에 있지만, 그저 한국어가 좀 서툰 사람이라고 여기면 좋겠다. 굳이 동포나 같은 민족이라고 표현하지 않아도 한 사람의 개인으로 서로 이해하고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 번째 얼굴>은 28일 동작구에 있는 ‘공간 숨’에서 선보인다. 동작문화재단이 후원하고 청년 예술가들이 만든 프로젝트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중 하나다. 공연 당일 중국동포 여성들의 목소리와 노래 등이 담긴 사운드 전시 ‘길’과 여성들이 아끼는 물건이나 이들을 촬영한 사진 등을 선보이는 아카이빙 전시 ‘촉각’도 함께 진행한다. 수익금은 중국에서 온 중도입국 청소년을 후원하기로 했다.

조선족은 ‘중국에 사는 우리 겨레(표준국어대사전)’라는 뜻이다. 중국 정부에서 자국 내 다른 소수민족과 구분해 부르려고 만든 말이기도 하다. 조선족이란 호칭은 때론 혐오·멸시 표현으로 여겨진다. 대중문화 영향도 작용했다. <청년경찰> <황해> <범죄도시> 같은 영화에선 ‘돈밖에 모르는 잔혹한 범죄자’로 조선족을 묘사해 비판을 받았다. 조선족 수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70만1098명이다.

‘중국동포’로 순화해 부르라고 국립국어원은 권고한다. 실생활에선 조선족 또는 동포(同胞·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나 교포(僑胞·다른 나라에 머물러 살며 그 나라 국민으로 사는 동포)를 섞어 쓴다. ‘두 개의 언어, 하나의 몸’ 프로젝트는 논의 끝에 조선족으로 통일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캐나다, 美 제치고 1인당 확보량 1위
“과잉 주문은 예방책” 7개 종류 구매
남는 백신 저소득 국가에 기부 계획
세계 선구매 백신 95억, 美 4분의1 구매
베트남 확진 1300명인데 1억회 분 확보

코로나19 백신 등장이 임박하면서 국가별 백신 구매 수량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코로나 백신을 가장 많이 사들인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하지만 국민 1인당 코로나 백신 확보량 1위 나라는 캐나다로 나타났다. 한 사람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 물량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다.

중앙일보는 미국 듀크대 글로벌 보건 혁신센터가 집계한 주요 국가별 코로나 백신 확보 물량(11월 1일 기준)을 토대로 인구 1인당 확보량을 산출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 결과 캐나다는 인구 1인당 10.9회 분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약 3770만 명인 캐나다는 지금까지 4억 1400만회 분(5600만회 분은 잠재적 구매 물량)의 백신을 구매했다. 2위는 인구 1인당 백신 7.9회 분을 확보한 미국이었다. 영국(6.5회 분), 호주(5.3회 분), 일본(2.3회 분), 베트남(1.7회 분) 등이 뒤를 이었다.

존슨앤존슨(1회 접종)이 개발 중인 코로나 백신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코로나 백신은 한 사람이 2회 접종해야 한다.

1인당 구매량 1위인 캐나다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31만 5754명, 누적 사망자는 1만 1265명에 이른다. 맥스웰 스미스 캐나다 웨스턴대 교수는 글로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백신이 개발에 성공할지 모르고, 주문 물량을 모두 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잉 주문’은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등 총 7개 개발사와 구매 계약을 맺었다.

듀크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서 선구매한 코로나 백신은 95억회 분에 달한다. [AP=연합뉴스]
듀크대 집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 세계서 선구매한 코로나 백신은 95억회 분에 달한다. [AP=연합뉴스]

이처럼 백신을 인구의 5배(2회 접종 기준)나 구매한 캐나다는 백신을 저소득 국가들에 기부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소식통 3명의 말을 인용해 캐나다가 벌써 저소득 국가들과 협의해 백신 기부를 추진하고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소식통은 캐나다가 세계 백신 공급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듀크대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선 구매한 백신 물량은 95억회 분에 달한다. 이중 인구 약 3억 3100만 명인 미국이 주문한 물량이 26억회 분(15억 9000만회 분은 잠재 구매 물량)이다. 듀크대는 미국이 이 물량을 모두 손에 넣을 경우 전 세계 백신 물량의 4분의 1을 미국이 통제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처럼 ‘백신 싹쓸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1207만 712명, 누적 사망자 25만 833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반면 베트남은 누적 확진자가 1304명(누적 사망자 35명)으로, 한국의 23분의 1 수준이지만, 1억 회분이 훌쩍 넘는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사태 초기부터 철저한 외부 유입 차단과 강력한 거리 두기로 ‘방역 모범국’으로 불린 베트남은 백신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유력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구매 경쟁도 치열하다. 듀크대 집계에 따르면 화이자 백신의 경우 유럽연합(EU)이 3억회 분, 일본이 1억 2000만회 분, 미국이 1억회 분 등을 구매 완료했다.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화이자 백신은 올해 5000만회 분, 내년 10억회 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모더나 백신도 미국이 1억회 분, 캐나다가 5600만회 분, 일본이 5000만회 분을 각각 선 구매했다. 모더나 백신은 연내 2000만회 분, 내년에 5억~10억회 분 생산을 목표로 한다.

듀크대는 국가별 소득 수준에 따른 ‘백신 쏠림’ 현상도 우려했다. 백신을 고소득 국가가 34억회 분, 중상위소득 국가 6억 4900만회 분, 중저소득 국가 17억회 분 구매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백스가 확보한 분량은 7억회 분에 불과했다. 이런 이유로 듀크대는 저소득 국가들에는 2024년에야 백신이 공급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앵커>

경남 거제에 있는 한 대형 조선소 하청업체 대표가 최근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유족들은 줘야 할 돈을 제대로 안 주고, 또 단가를 마음대로 깎는 조선업계의 고질적 관행 때문에 평소 고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다은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5일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대표 김 모 씨가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김 씨가 삼성중공업 1차 하청업체인 A사의 재하청을 받는 B사 대표를 맡은 지 두 달 만입니다.

유족들은 받아야 할 공사 대금이 1억 5천만 원인데 A 업체가 6천여만 원만 주겠다고 해 김 씨가 큰 고통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김 씨 아내 : (남편이) 제발 도와달라고… A 업체 소장님한테 내가 기라면 길 테니까… 제발 도와달라고 사정을 했어요.]

A 업체는 숨진 김 씨와 계약서로 합의한 내용이라고 주장합니다.

[A 업체 대표 : 계약 조건이라는 건 나중에 적더라도 이게 합당하지 않으면 서명 안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김 씨와 A 업체의 계약서를 보면 공사 금액란이 아예 비어있거나 공사가 모두 완료된 날 계약서가 작성됐습니다.

‘선시공 후계약’, 작업을 시킨 뒤에 계약서는 나중에 작성하는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부당 하도급 거래입니다.

[김경습/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 : 회사에서 의도적·계획적으로 두 번째 계약서는 안 쓰는 거죠. 먼저 일부터 시켜놓고 일 다 끝내고 나니까 이번처럼 제일 마지막 날에 (후려치는 겁니다.)]

[B 업체 직원 : 아침에 바로 메시지가 왔어요. ‘팀장님(대표님) 개인 공구 및 공통 공구 반납하세요’ ‘어? 형님 이게 뭐예요’ 이랬었거든요. 우리 작업자들은 그만두라는 거예요.]

작업 시작 뒤 계약서를 써 일감 내용을 부당하게 변경해 단가를 후려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하청업체들의 주장입니다.

[이장호/공인노무사 : 원청에서 적정한 공사 금액을 바로 밑에 있는 하수급인에게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맨 아래 있는 물량 팀장에게까지 문제들이 전가되지 않았나.]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3만 8천여 건의 하도급 작업에 대해 사전에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고 대금을 깎은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36억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하청과 재하청업체 간의 일이라 본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박선수, VJ : 정민구) 

▶ ‘수주 싹쓸이’ 한다지만…공단 텅 비고 숙련공 떠나고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084469 ]
 

정다은 기자dan@sbs.co.kr저작권자 SBS & SBS Digital News Lab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당인 더불어시민당 공동대표를 지낸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2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2020년 이순신 장군”이라고 주장했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
최배근 건국대 교수

최 교수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은 민주공화국을 거부하고 ‘검찰공화국’을 유지하려는 검찰에 대한 개혁에 온몸을 던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런 추 장관 교체를 입에 담는 이들이 바로 토착왜구 혹은 그들의 협력자”라고 했다.

전날 여권에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추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 필요성을 건의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대표가 지난주 문 대통령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권에선 이 대표가 추미애·김현미 장관에 대한 시중의 여론을 전하면서 ‘교체 필요성’을 건의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이 대표는 “(문 대통령과) 독대한 것은 맞는다”면서도 “(개각 관련) 누구누구 하는 것은 오보”라고 부인했다.

관련 보도가 나온 이후 추 장관은 페이스북에 “매일같이 사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검찰총장과의 갈등 부각과 최근에는 장관의 거취를 집중적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보수언론 등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압통과 가시에 찔리는 듯한 아픔을 느끼지 않을 때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후 민주당 의원 사이에선 추 장관을 지지한다는 글이 잇따랐는데 최 교수도 이에 거든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인영 통일부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앞서 민주당은 군복무 중 휴가 미복귀 의혹을 받았던 추 장관의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지난 9월 “추 장관의 아들은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군인의 본분(위국헌신 군인본분)’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말을 몸소 실천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야권에서 강하게 비판하자 민주당은 논평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이후 박 대변인은 “앞으로 더 신중한 모습으로 논평하겠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구자판기 측이 지난 10월 공병에 나눠준 섬유유연제. 사진 지구자판기
지구자판기 측이 지난 10월 공병에 나눠준 섬유유연제. 사진 지구자판기


“온라인 주문 한 번만 해도 플라스틱이나 비닐 쓰레기가 순식간에 불어나던데요. 그래서 최근엔 배달 음식 주문량을 줄여봤어요.”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 김모(31)씨는 최근 집에 쌓여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이왕이면 배달 음식을 시켜먹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씨처럼 일상에서 플라스틱을 줄여보자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면서 쓰레기 문제와 지구온난화 등 환경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제로 웨이스트’ 바람

지구자판기 측이 무료로 샴푸 등을 나눠주는 행사에 중앙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지구자판기
지구자판기 측이 무료로 샴푸 등을 나눠주는 행사에 중앙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 지구자판기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줄이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제로 웨이스트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포장을 최소화해 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어보자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특히 2030을 중심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중앙대 학생 4명(서사라·김진수·송현석·황현성)은 ‘지구 자판기’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학생들에게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지난 9월과 10월 서울 동작구 중앙대 캠퍼스에서 공병 등 개인 용기를 가져오는 학생들에게 샴푸나 섬유유연제 100ml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열었다. 미처 공병을 준비 못 한 이들에겐 공병사용료 500원만 받았다. 서사라(22)씨는 “코로나19 때문에 행사를 크게 열지 못했지만 100명 넘는 학우들이 찾아 관심을 보여줬다”며 “누구나 쉽게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활동의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2030 중심으로 활발

알맹상점이 파는 화장품 등 액체들.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담아준다. 사진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알맹상점이 파는 화장품 등 액체들.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담아준다. 사진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알맹상점’에도 2030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뜻을 가진 알맹상점은 이름에 걸맞게 포장이 없는 ‘알맹이’를 판매한다. 고객이 가져온 용기에 샴푸·세제 등을 담아 g당 가격을 매기는 방식이다. 대나무 칫솔이나 자연 분해되는 수세미 등 친환경 제품도 있다. 알맹상점에선 각종 쓰레기를 지역 주민에게 받아 재활용하는 ‘커뮤니티 회수센터’도 인기다. 지난 9~10월엔 매달 100㎏ 이상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이렇게 모인 우유 팩은 화장지로, 병뚜껑과 빨대는 치약짜개로 다시 태어난다. 이주은(29) 알맹상점 공동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2030 위주로 손님이 늘고 있다”며 “하루 70~80명 이상 매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 속 쓰레기 줄이는 꿀팁은

아모레퍼시픽 광교스토어 관계자가 친환경 용기에 샴푸를 담아주고 있다. 채혜선 기자
아모레퍼시픽 광교스토어 관계자가 친환경 용기에 샴푸를 담아주고 있다. 채혜선 기자


기업에서도 제로 웨이스트 바람이 불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스토어 광교’ 매장에서 샴푸와 바디워시 제품의 내용물만 담아갈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샴푸와 바디워시 15개 제품을 골라 코코넛 껍질로 만든 용기에 담은 다음 무게를 재 g당 가격을 지불하면 된다. 상품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보통 일반 용기 제품 가격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매장 관계자는 “하루 평균 20~30명 이상 리필 스테이션을 찾고 있다”며 “고객 반응이 뜨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상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조금이라도 줄일 방법은 없을까. 활동가들이 전한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환경보호는 귀찮음을 동반하는데, 딱 세 번만 참고 실천해보세요. 텀블러 사용도, 음식을 용기에 포장해오는 것도 세 번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쉬워집니다”(지구자판기 일동)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용기 들고 다니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할 때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장바구니를 챙겨 다니면 일회용품 사용을 조금은 줄일 수 있습니다”(이주은 알맹상점 공동대표)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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